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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in the Bags / 나는 ( )을 왜 사는가?

나는 물건을 저장한다. 수집이라기보다는 저장에 가깝다. 언제부터 이렇게 물건을 모으기 시작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초등학교 시절 용돈을 받기 시작하면서 저장 욕구는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필통이었다. 대체로 작고 유용한 듯 보이는 물건을 사 모은다. 그리고 저장한 물건은 잘 사용되지 않고 그저 저장된 채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사실 한 품목만 깊게 파는 성향은 아니다. 집요한 면이 있지는 않고, 물건을 사고 소유하고 저장하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 여러 이유를 생각해 보았지만 뚜렷한 공통점이 없는 것을 보면 과정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생각해 보면 물건을 사용할 때보다 물건을 사는 순간을 더 좋아한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물건은 에코백이다. 몇 년간 사 모은 가방을 펼쳐보았다. 한 번도 들지 않은 것, 자주 쓰는 것, 까먹고 있었던 것, 아끼는 것 등 다채롭다. 여러 곳을 여행하며 모은 것과 미술관에서 받은 것, 내가 산 것, 선물 받은 것, 만든 것 등 출처도 다양하다. 가끔 사람들이 물어볼 때가 있다. 에코백 몇 개 있어? 나도 잘 모른다. 처음 이 작업을 시작할 때 들은 질문은 “물건들을 왜 사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요?”였다. 여러 가설을 세워보았다.

처음 세운 가설은 타고난 기질의 문제라는 것이다. 기질적 이유라면 물건 이외에 다른 방면에서도 저장력이 발휘되지 않을까. 어떤 면에서는 맞는 것 같다. 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나는 파일을 저장한다. 시안부터 최종안까지 과정을 전부 저장한다. 비록 필요 없는 파일일지라도 버리는 것보다 저장을 택한다. 핸드폰 안의 사진도 똑같다. 주변을 보면 여러 장의 비슷한 사진 중에서 한 장만을 골라서 저장해놓는 사람도 있다. 나는 비슷한 사진일지라도 우선 다 저장해놓는다.

두 번째는 의미의 문제이다. 나에게 의미와 관련된 부분은 브랜드성과 상징성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성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선호하는 브랜드를 뜻한다. 나는 카테고리별로 선호하는 브랜드를 정해놓고 그 외의 다른 브랜드로 별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리고 같은 브랜드 내에서 제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한다. 그 예로 프라이탁이 있다. 대학 시절부터 프라이탁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해서 꾸준히 모은다. 같은 가방이 하나도 없다는 이 브랜드의 특성은 나의 특성과 맞물려 계속해서 구매하게 한다. 상징성은 나에게 의미상으로 상징하는 바가 큰 키워드나 대상에 대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베를린을 들 수 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좋아한다. 베를린을 떠오르게 하거나, 베를린이라는 문구만 쓰여 있어도 그 물건을 쉽게 구매한다. 베를린이 나에게 의미상으로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개미’가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개미가 별명이었고, 결국 스튜디오 이름까지 개미그래픽스로 지었다. 그렇기에 개미를 포함하고 있는 물건은 쉽게 구매한다.

세 번째는 이미지의 문제이다. 이 안에는 물건 자체가 가진 이미지성과 내가 나타내고 싶은 나의 이미지상의 모습이 공존한다. 어쩌면 의미의 문제와 이미지의 문제는 연결되어 있다. 그 두 가지를 내게 입힘으로써 나는 나의 이미지를 만든다. 내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면 좋을지 생각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 또 어떤 사람으로 보이면 좋을지 고민하곤 한다. 그러한 고민의 한 편이 물건에서 비치기도 한다.

에코백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라면 취향과 크게 상관없이 구매한다. 다양한 크기, 다양한 재질, 다양한 장소를 담은 에코백을 사서 차곡차곡 접어 넣어놓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면 에코백 수집을 넘어 어느새 아카이빙의 성격을 띠기까지도 한다. 내가 물건을 수집하고 소장하는 이유를 간단하게 적어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물건을 계속해서 사 모으는 이유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확실한 것은 앞으로도 물건을 살 것이라는 점이다.